미국에서 루퍼트 머독(94)을 능가하는 미디어 재벌이 등장할 조짐에 시선이 쏠리고 있습니다.

현지시간 28일 BBC에 따르면 억만장자 래리 엘리슨(81) 오라클 회장과 그의 아들 데이비드 엘리슨(42)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 최고경영자가 급격한 사업 확장으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래리는 세계적 소셜미디어 틱톡의 미국 내 운영을 좌지우지할 영향력을 확보했습니다.

거대 소프트웨어 기업 오라클의 지분을 40% 정도 갖고 회장,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라클은 이번 달 미·중 합의에 따라 틱톡의 미국 내 사업이 중국 바이트댄스에서 미국 합작법인으로 넘어갈 때 알고리즘 재편을 맡습니다.

오라클이 틱톡 운영의 핵심을 차지하게 된 데에는 래리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호의가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래리가 1977년 공동 창업한 오라클은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인공지능을 위한 기반시설 구축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아들 데이비드 엘리슨도 미디어 시장에서 거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가 운영하는 콘텐츠 제작사 스카이댄스는 영화 제작·배급, TV 방송, 스트리밍 서비스 등 사업을 하는 대표적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기업 파라마운트를 인수했습니다.

그가 이끄는 기업 조직에는 파라마운트가 지배하던 유력 방송사 CBS가 포함돼 있습니다.

데이비드는 파라마운트를 넘어 CNN의 모기업인 워너 브러더스 디스커버리를 인수할 준비를 하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 같은 급격한 사업 확장은 부친 래리의 지원과 트럼프 대통령의 후광 속에 진행되고 있다는 관측이 많습니다.

BBC는 이 같은 상황을 두고 "머독을 제치고 새로운 왕가가 미국 미디어를 재편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미국 진보 진영에서는 엘리슨 가문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밀착 속에 강행하는 초고속 사업 확장에 우려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엘리슨 부자를 통해 정부에 대한 언론 보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겁니다.

미디어 감시단체 페어(FAIR)는 "엘리슨 듀오가 틱톡 같은 유력 소셜미디어를 통제할 뿐만 아니라 CBS, CNN을 장악하면 민주주의가 위험에 빠진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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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섭(lee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