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형민의 알아BIO]는 제약·바이오·의료 이슈를 취재해 쉽게 설명하는 연재 기사입니다.

니파 바이러스 (PG)[연합뉴스 자료][연합뉴스 자료]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2009년 신종플루(H1N1),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2020년 코로나19까지.

'대규모 전염병이 5년에서 6년 주기로 유행한다'는 ‘전염병 6년 주기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코로나19가 발생한 지 6년째에 접어든 올해 또 다른 대형 전염병이 등장할 수 있다는 불안과 우려가 나오고 있는데요.

실제 국제 사회는 연초부터 긴장했습니다.

인도에서 치사율 75%에 치료제도 없는 바이러스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름도 생소한 ‘니파바이러스’가 그 주인공입니다.

니파바이러스는 이번에 깜짝 등장한 전염병이 아닙니다.

이미 지난 2001년부터 인도와 방글라데시에서 산발적이지만 계속해서 니파바이러스 감염증 환자가 발생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분위기가 사뭇 다릅니다.

지난달 방글라데시 여성이 니파바이러스로 사망한 데 이어, 현지시간 13일 인도 여성도 니파바이러스 확진 판정 이후 한 달 만에 숨졌습니다.

여기에 더해 이번 주말부터 시작되는 중국 춘제 기간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인도와 중국 간에 대규모 인구 이동이 예상되면서 바이러스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번 [문형민의 알아BIO]에서는 니파바이러스와 감염 예방을 위한 주의점, 그리고 ‘전염병 6년 주기설’ 등에 대해 자세히 알아봅니다.

치사율 최대 75%… 백신 없는 '니파바이러스', 1급 감염병 지정


◇ 과일박쥐가 몰고 온 니파바이러스…치사율 최대 75%

니파바이러스는 사람과 동물 모두 감염될 수 있는 인수 공통 전염병이며, 치사율은 최대 75%에 달합니다.

평균 잠복기는 5~14일이고요. 고열과 두통 증상이 3~14일 지속되다 나른함, 어지러움, 정신 착란 등을 보입니다.

심한 경우 뇌염과 발작이 발생하고 24~48시간 이내 혼수 상태가 될 수 있는데요.

아직 백신이 개발되지 않아 항바이러스제를 통한 증상 치료만 가능합니다.

애초 돼지로부터 전염됐다고 알려져 ‘돼지열병’이라 불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사실 첫 매개는 과일박쥐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원래 숲에서 과일을 먹고 살던 박쥐가 서식지 파괴 등으로 양돈 농장 근처 과일나무로 몰렸고, 이때 박쥐가 가졌던 니파바이러스가 돼지를 거쳐 사람에게 번진 건데요.

특히 동남아 지역에 흔한 대추야자나무가 주요 전염 경로입니다.

최근 방글라데시에서도 한 여성이 생 대추야자 수액을 마신 뒤 니파바이러스 감염 증세를 보여 일주일 만에 사망한 사례가 나왔습니다.

환자 체액과 밀접 접촉할 경우 사람 간 전파도 가능합니다.

지난 1998년 말레이시아 니파에서 처음 발견돼 당시 1년 간 말레이시아에서만 100여 명의 사망자를 냈습니다.

인도와 방글라데시를 중심으로 환자가 발생하고 있고 2001년 이후 지난달까지 인도에서 72명, 방글라데시에서 250명의 목숨을 앗아간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태국 공항서 니파바이러스 감염 여부 관찰하는 보건당국[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전 세계적인 대유행 가능성은 낮지만…긴 잠복기는 변수

사람 간 전파력(R0)은 1.0 미만으로 알려져 있어 전 세계적인 대유행 가능성은 낮지만, 긴 잠복기라는 특성을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영국 이스트앵글리아대 폴 헌터 교수는 “니파바이러스는 매우 심각한 감염병이지만 사람 간 전염 위험이 낮아 전 세계적으로 확산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도 “잠복기가 길어 국경에서 감염자를 가려내기 어려운 만큼 각국이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9월 니파바이러스 감염증을 제1급 법정 감염병으로 지정했는데요.

이에 따라 확진 또는 의심 환자는 신고와 격리, 접촉자 관리, 역학조사 등 공중보건 관리 대상이 됩니다.

또한 지난 12일부터 인도와 방글라데시를 중점 검역 관리 지역으로 지정했습니다.

현재까지 국내 발생 사례는 없지만 백신과 치료제가 없는 점을 고려한 조치라는 설명입니다.

인도와 방글라데시를 방문한 후 입국하는 모든 입국자는 12일부터 Q-CODE 또는 건강상태질문서를 통해 건강 상태를 신고해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물론, 다른 아시아 국가들도 니파바이러스 유행을 사전 차단하기 위해 방역 강화에 나섰는데요.

확진자가 발생한 인도와 국경을 맞댄 네팔은 지난달 ‘최고 경계 태세’를 선포하고 트리부반 국제공항과 국경 검문소 전체에서 검역을 강화했습니다.

베트남도 하노이 노이바이 공항에서 인도발 입국자를 대상으로 체온 측정을 실시하고, 31개 성·시 보건부에 긴급 공문을 발송했고요.

태국 보건부는 지난달 25일부터 수완나품·돈므앙·푸껫 국제공항에서 3단계 검역 시스템을 가동했습니다.

싱가포르 전염병청도 지난달 28일부터 창이 공항에서 인도 감염 지역발 항공편 승객 전원을 대상으로 체온 검사를 실시한다고 밝혔습니다.

연구개발(R&D) 사업(PG)[연합뉴스 자료][연합뉴스 자료]


◇ 아직까지 개발된 백신·치료제 없어…개인위생 신경 써야

세계보건기구(WHO)는 니파바이러스를 국제 공중보건 위기 상황을 초래할 수 있는 병원체로 분류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은 상태인데요.

니파바이러스가 특정 지역에서 산발적으로 나타났다가 빠르게 사라지는 특성이 있어 임상시험을 진행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치명률도 높아 연구 과정이 끝나기 전에 실험 대상자가 사망해 버려서 연구개발(R&D)을 진행하기 힘든 환경입니다.

여기에 더해 니파바이러스 감염자가 주로 동남아시아 저소득 국가 농촌 지역에서 나와 서방의 거대 제약회사들이 치료제나 백신 개발에 관심을 가질 경제적 유인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그럼에도 일부 백신 개발 시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백신 개발 진도가 가장 빠른 곳은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인데요. 옥스퍼드대 연구진은 지난해 12월 세계 최초로 니파바이러스 환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2단계 임상시험에 돌입했습니다.

옥스퍼드대는 해당 백신이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과 동일한 바이러스 벡터 플랫폼을 사용하여 만들어졌다며 향후 수개월 내 임상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호주 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CSIRO) 연구진도 니파바이러스에 관한 연구에 최근 본격적으로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직까지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는 만큼, 예방을 위해서는 과일박쥐(날개박쥐) 등 야생동물이나 병든 돼지와의 직접 접촉을 피해야 합니다.

또, 야생동물이 오염시킬 수 있는 과일, 음료를 생으로 섭취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며, 발생 국가 여행 시 위험 지역 방문을 자제하고, 관련 증상이 나타날 경우 즉시 의료기관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경북 성주 오리농장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확진[연합뉴스 자료사진][연합뉴스 자료사진]


◇ ‘전염병 6년 주기설’…‘니파’보다는 조류인플루엔자?

사스(2003년), 신종플루(2009년), 메르스(2015년), 코로나19(2019년)까지 최근 20여 년간 인류가 겪은 대형 감염병은 평균적으로 5∼6년을 주기로 유행을 반복했습니다.

이에 일각에서는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한 지 6년째 되는 올해 니파바이러스가 인류를 강타할 새로운 팬데믹으로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다만, ‘전염병 6년 주기설’에 대해 전문가들은 ‘6년’이라는 숫자 자체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입장인데요.

감염병 유행은 병원체의 진화, 인간의 이동성, 방역 체계, 사회적 대응 등 복합 요인의 결과라는 설명입니다.

WHO는 “현재 니파바이러스가 국가 간에 번질 가능성은 여전히 낮아 보인다”며 여행이나 상품 거래 제한을 권고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다음 감염병이 언제든 등장할 수 있는 시점에 와 있다'는 점에서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기후 변화와 야생동물 서식지 파괴, 국제 교류 확대가 인수 공통 감염병의 출현 가능성을 높이고 있어서입니다.

현재 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후보로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H5N1)가 꼽히는데요.

그동안 주로 조류에서 발생하던 H5N1은 최근 소를 거쳐 고양이, 개 등 포유류로 감염 범위를 넓히며 인간과의 거리를 빠르게 좁히고 있습니다.

이는 바이러스가 포유류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으로 해석될 수 있어 경계심을 키우고 있습니다.

보고된 H5N1의 치명률은 약 40% 수준으로 매우 높습니다. 문제는 향후 변이 과정에서 치명률이 한 자릿수로 낮아지는 대신 전파력이 크게 증가할 경우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조합이 현실화될 경우, 코로나19를 넘어서는 훨씬 치명적인 팬데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평가합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조류에서 소, 말까지 감염돼 사망하는 개체수가 늘다가 이제 고양이, 개까지 왔다"면서 "치명률이 2~3% 정도로 떨어져 전파력이 올라가면 코로나보다 더 치명적일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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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민(moonbr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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