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가 시작된 지 한 달. 여의도에 요란한 소음이 가득합니다.
더불어민주당의 입법 강행 처리 시도에 맞서 국민의힘은 또다시 필리버스터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여당은 상정하고, 야당은 무제한 토론으로 맞서는 상황.
지난달 본회의 이후 한 달 만이자 22대 국회 들어 벌써 세 번째입니다.
22대 국회 전, 국회 역사 60년간 이뤄진 필리버스터가 고작 9차례였던 것과 비교하면 이제는 필리버스터가 일상이 돼버렸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겁니다.
여야 간 대화와 설득이 사라진 세태를 여실히 보여주는 모습이기도 하죠.
본회의 상정 직전 마지막으로 법안을 최종 조율해 사실상 '상원' 역할을 하는 법사위의 경우, 열리기만 하면 충돌입니다.
<추미애/국회 법사위원장> "초선 의원님은 가만히 앉아 계시고 5선 의원님께서는 불법 유인물부터 철거해 주시기 바랍니다."
<나경원/국민의힘 의원> "떼지 마세요, 떼지 마세요. (아 왜 경위한테 그러세요?)"
대화와 설득이 사라진 빈자리에는 고성과 호통, 비아냥이 자리 잡았습니다.
<추미애/국회 법사위원장> "이렇게 하는 것이 윤석열 오빠한테 무슨 도움이 되십니까, 나경원 의원님?"
그런데 이런 상황이 여야 정치인 모두에게 꼭 나쁘지만은 않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왜일까요.
<신동욱 / 국민의힘 의원> "추미애 위원장님, 내년에 어디 나가신다고 그러는데…법사위원장이 민주당 정치인들의 정치 비즈니스 장입니까?"
법사위만 봐도 추 위원장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 후보로, 민주당 서영교·전현희 의원은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거론되고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 역시 수도권 광역단체장 출마 가능성이 점쳐집니다.
지방선거까지는 아직 8개월이 넘게 남았지만, 여야 대치의 최전선에서 치열하게 싸우는 모습을 보이면, 일찌감치 강성 지지층의 표심을 얻을 수 있단 계산을 하는 거로도 해석됩니다.
여의도의 정치가 거리로 나오기 시작한 것 역시 이와 무관치 않습니다.
6년 만에 장외 투쟁에 나선 국민의힘. '보수의 상징' 대구 집회 무대에 오른 야당의 대표는 "야당인 게 죄인 시대"라며 거친 말들을 쏟아냈습니다.
<장동혁 / 국민의힘 대표> "멈춰서 있는 이재명의 5개 재판이 속히 다시 시작되게 만들어야 합니다."
역대 정권에서 야당은 제도권 안에서 해법을 찾지 못할 때 국회를 떠나 거리로 나서 정권을 압박해 왔습니다.
지지층을 결집할 수 있고, 거기에 대중의 관심까지 불러일으키는 데 성공하면 민심의 파도를 만들어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이른바 광우병 파동이 정국을 흔들자, 민주당은 42일간 장외로 나섰고 대통령의 사과를 끌어내기도 했죠.
<이명박 / 17대 대통령>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소홀했다는 지적도 겸허히 받아들입니다.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을 합니다."
반면, 2019년 문재인 정부 당시 선거법 개정과 공수처 설치법안에 반발하며 거리로 나섰던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
삭발에 무기한 단식까지 단행했지만 결과는 이듬해 총선 참패였습니다.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가 있었을지 몰라도, 대다수의 국민에게는 정쟁의 피로감만 불러일으켰기 때문이었습니다.
여야가 상대방을 파트너로서 존중하기보단 각자 선명성만 내세워 적을 대하듯 싸우고 있는 지금의 정치권과도 어쩐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일하는 국회, 실력 있는 국회란 말이 사라진 여의도에는 정쟁과 소모적인 갈등이란 단어가 자리한 지 오래입니다.
지난주 국회 잔디광장에서는 처음으로 입법 박람회라는 행사가 열렸습니다.
입법 과정에 국민 목소리를 적극 반영하겠단 취지였는데, 정작 국회에서 정치는 실종된 채 극한의 대치로만 치닫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지금까지 여의도 풍향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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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동(trigger@yna.co.kr)
더불어민주당의 입법 강행 처리 시도에 맞서 국민의힘은 또다시 필리버스터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여당은 상정하고, 야당은 무제한 토론으로 맞서는 상황.
지난달 본회의 이후 한 달 만이자 22대 국회 들어 벌써 세 번째입니다.
22대 국회 전, 국회 역사 60년간 이뤄진 필리버스터가 고작 9차례였던 것과 비교하면 이제는 필리버스터가 일상이 돼버렸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겁니다.
여야 간 대화와 설득이 사라진 세태를 여실히 보여주는 모습이기도 하죠.
본회의 상정 직전 마지막으로 법안을 최종 조율해 사실상 '상원' 역할을 하는 법사위의 경우, 열리기만 하면 충돌입니다.
<추미애/국회 법사위원장> "초선 의원님은 가만히 앉아 계시고 5선 의원님께서는 불법 유인물부터 철거해 주시기 바랍니다."
<나경원/국민의힘 의원> "떼지 마세요, 떼지 마세요. (아 왜 경위한테 그러세요?)"
대화와 설득이 사라진 빈자리에는 고성과 호통, 비아냥이 자리 잡았습니다.
<추미애/국회 법사위원장> "이렇게 하는 것이 윤석열 오빠한테 무슨 도움이 되십니까, 나경원 의원님?"
그런데 이런 상황이 여야 정치인 모두에게 꼭 나쁘지만은 않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왜일까요.
<신동욱 / 국민의힘 의원> "추미애 위원장님, 내년에 어디 나가신다고 그러는데…법사위원장이 민주당 정치인들의 정치 비즈니스 장입니까?"
법사위만 봐도 추 위원장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 후보로, 민주당 서영교·전현희 의원은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거론되고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 역시 수도권 광역단체장 출마 가능성이 점쳐집니다.
지방선거까지는 아직 8개월이 넘게 남았지만, 여야 대치의 최전선에서 치열하게 싸우는 모습을 보이면, 일찌감치 강성 지지층의 표심을 얻을 수 있단 계산을 하는 거로도 해석됩니다.
여의도의 정치가 거리로 나오기 시작한 것 역시 이와 무관치 않습니다.
6년 만에 장외 투쟁에 나선 국민의힘. '보수의 상징' 대구 집회 무대에 오른 야당의 대표는 "야당인 게 죄인 시대"라며 거친 말들을 쏟아냈습니다.
<장동혁 / 국민의힘 대표> "멈춰서 있는 이재명의 5개 재판이 속히 다시 시작되게 만들어야 합니다."
역대 정권에서 야당은 제도권 안에서 해법을 찾지 못할 때 국회를 떠나 거리로 나서 정권을 압박해 왔습니다.
지지층을 결집할 수 있고, 거기에 대중의 관심까지 불러일으키는 데 성공하면 민심의 파도를 만들어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이른바 광우병 파동이 정국을 흔들자, 민주당은 42일간 장외로 나섰고 대통령의 사과를 끌어내기도 했죠.
<이명박 / 17대 대통령>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소홀했다는 지적도 겸허히 받아들입니다.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을 합니다."
반면, 2019년 문재인 정부 당시 선거법 개정과 공수처 설치법안에 반발하며 거리로 나섰던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
삭발에 무기한 단식까지 단행했지만 결과는 이듬해 총선 참패였습니다.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가 있었을지 몰라도, 대다수의 국민에게는 정쟁의 피로감만 불러일으켰기 때문이었습니다.
여야가 상대방을 파트너로서 존중하기보단 각자 선명성만 내세워 적을 대하듯 싸우고 있는 지금의 정치권과도 어쩐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일하는 국회, 실력 있는 국회란 말이 사라진 여의도에는 정쟁과 소모적인 갈등이란 단어가 자리한 지 오래입니다.
지난주 국회 잔디광장에서는 처음으로 입법 박람회라는 행사가 열렸습니다.
입법 과정에 국민 목소리를 적극 반영하겠단 취지였는데, 정작 국회에서 정치는 실종된 채 극한의 대치로만 치닫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지금까지 여의도 풍향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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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동(trigge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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