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요일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결국 스스로 물러났습니다.

약자 보호를 주 업무로 하는 부처의 수장으로 지목된 이가 자신의 보좌진에게 비데 수리와 같은 사적인 업무를 지시했다는 폭로에 공분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후보자는 "성찰하며 살아가겠다"는 말을 남겼고, 이번 일을 계기로 억눌려 있던 보좌진들의 목소리가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왔습니다.

국회의원에 당선되면 통상 4급 상당의 보좌관 2명과 5급 상당의 선임비서관 2명을 포함한, 모두 9명의 보좌진을 꾸릴 수 있습니다.

국회의원의 입법 활동을 보조하고, 정책을 만드는 일을 하기 때문에 이들은 엄연히 세비를 받는 공무원입니다.

다만 정년이 없는 별정직이다 보니 사실상 인사권을 쥔 의원에겐 꼼짝할 수 없는 게 현실이죠.

보좌진을 향한 의원들의 갑질은 이미 오래전부터 국회에서 알만한 사람들은 모두가 아는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2017년 5월.

당시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은 공항을 나오자마자 자신의 짐가방을 눈도 마주치지 않고 보좌관에게 던지듯 밀어보냈습니다.

상대방을 인격적으로 무시하는 듯한 이른바 '노 룩 패스' 장면.

당시에도 비판 여론이 크게 일었지만 잠시뿐이었습니다.

국회 보좌진들의 익명 게시판에는 속 끓는 목소리들이 끊이지않습니다.

"쓰레기 처리는 예사고 심야시간 업무지시나 자녀 학원 등하원에 강아지 관리까지 시키는 경우가 셀 수 없이 많다."

"보좌진에게 수시로 욕설을 하며 인격모독을 주는 국회의원들이 밖에서는 인권보호와 약자를 위하는 국회의원으로 둔갑하는 게 현실이다"

이 외에도 "땅콩을 가지고 와 까놓으라고 하더라", "주말에 사적으로 골프를 치러 가는 데 운전기사로 부렸다더라"하는, 설마 진짜였을까 싶은 폭로들이 잇따랐습니다.

"보좌진에게는 인권이 없다. 슬프지만 이건 현실이다." 보좌진들의 익명 게시판에 올라온 글입니다.

국회에서는 이번 일을 계기로 보좌진에 대한 처우 개선, 특히 불안정한 고용 구조를 개선하는 일부터 손을 봐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습니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 "보좌진들과 함께 대화하면서 필요한 조치들은 해나갈 것이고요. 계속 노력해 나가겠다는 말씀드리겠습니다."

<곽규택/ 국민의힘 수석대변인> "국회 보좌진 등 의정 현장 일꾼들의 권익 보호와 노동환경 개선에도 앞장서겠습니다."

이처럼 국회 보좌진은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지만, 동시에 정치인이 되기 위한 등용문으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의정활동의 전반을 최전선에서 익힐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입법부의 수장인 우원식 국회의장도 1992년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시작했고요.

현역 의원 중에선 민주당은 윤건영, 윤호중, 전재수 의원이, 국민의힘은 김성원, 이헌승 의원 등이 과거 보좌진으로서의 능력을 인정받았습니다.

각 정당이 장기적 안목에서 인재를 양성하는 시스템으로 각 의원실이 기능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갑질과 같은 어두운 측면도 존재해왔는데요.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모두들 쉬쉬하곤 있지만 이미 보좌관 갑질은 여의도 정치판에 관행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강선우 전 후보자의 갑질 사건으로 수면 위로 드러났을 뿐이지 새로울 게 없는 일이라는 겁니다.

지난해 비상계엄 당시 자발적으로 뛰어나와 온몸으로 국회 본회의장을 지켰던 보좌진들의 이사진.

이번 갑질 논란을 거치며 의원과 보좌진의 관계는 무엇이냐고 이사진은 묻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여의도 풍향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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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동(trigge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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