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보도 뉴스프리즘] 중국에 삼성반도체 복제공장?…기술유출 실태는
[오프닝: 이광빈 기자]
안녕하십니까. 이광빈입니다. 우리 사회의 문제점들을 진단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모색하는 뉴스프리즘 시작합니다.
이번 주 뉴스프리즘이 풀어갈 이슈, 함께 보시겠습니다.
[영상구성]
[이광빈 기자]
최근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우리나라 핵심기술을 해외로 빼돌리려다 적발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기술을 넘긴 이들은 회사 정보에 접근하기 쉬운 전·현직 직원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기술 유출은 기업의 지식재산권 침해에 그치지 않습니다. 기술이 넘어간 해외 기업의 상품 고도화로 우리 산업 경쟁력이 위축될 수 있습니다. 기술 개발 및 수출이 산업의 동맥인 우리나라로선 치명적입니다. 첨단 기술 유출 실태와 그 대책, 먼저 김주영 기자입니다.
[왜 그들은 배신하는가…해외로 빠져나가는 핵심기술 / 김주영 기자]
[기자]
삼성전자 전직 부장이 반도체 기술을 중국업체에 넘기는가 하면, 전직 임원이 반도체 공장 설계 도면을 빼돌려 중국에 복제공장을 세우려고 하는 등 해외로의 기술 유출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최근 5년 새 적발된 기술 해외유출 사례는 84건.
이 중 우리나라 산업경쟁력을 주도하는 국가핵심기술이 1/3에 이릅니다.
분야별로는 우리나라 주력 품목인 반도체 기술유출이 가장 많았습니다.
기술을 빼돌린 이들 10명 중 8명은 회사 정보에 접근하기 쉬운 전·현직 직원이었습니다.
국가정보원은 2017년부터 5년간 기술 해외유출로 발생한 피해 예상액을 26조931억원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각 기업들은 기술유출을 막기 위해 보안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단순히 대가를 받고 기술을 건네는 '직접 유출'을 넘어, 업체나 연구 기관 내 조력자를 두거나 협력업체를 이용한 우회 유출 등으로 수법이 진화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유출된 기술 대부분이 우리나라를 빠르게 추격하고 있는 중국으로 향한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미·중 간 기술패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앞으로 중국으로의 기술유출은 더욱 가속화될 거란 전망이 나옵니다.
우리 기술자들은 왜 기술유출 유혹에 넘어가는 걸까.
<김명주/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장>
"처우도 그렇고 주택이나 자동차나 심지어 노후(보장)까지도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어요. 국내에서 대접받는 것보다는 2~3배 이상의 조건이기 때문에…"
기술유출 문제가 방치할 수 없는 이유는 한 기업의 영업손실을 넘어 국가 산업경쟁력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기술자들이 우리나라에서 꾸준히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안기현/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
"학교에 가서 학생을 가르치는 일이나 공공기관에 가서 반도체 관련된 일을 하거나…문제가 학교나 공공기관은 내가 현재 받는 것보다 현저히 보상이 적기 때문에 이걸 동기부여될 만큼 높였으면 좋겠다…"
개인의 애국심에만 호소하거나 제도를 통한 강제로는 기술유출을 막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연합뉴스TV 김주영입니다.
#기술유출 #반도체 #중국
[이광빈 기자]
올해 6월에 반도체 공장 설계도를 빼돌려 '삼성전자 복제공장'을 세우려던 전직 간부가 경찰에 붙잡혔죠. 이로 인한 피해 규모는 천문학적 금액입니다. 첨단 기술 유출로 발생하는 피해는 막대한데, 이런 범죄에 대한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이라는 지적은 여전합니다. 문승욱 기자입니다.
['속수무책' 기술유출 범죄…처벌 강화로 산업 보호해야 / 문승욱 기자]
[기자]
지난 6월, 검찰이 삼성 반도체 기술을 빼돌린 전직 임원을 검거했습니다.
<박진성(지난 6월 12일)/수원지검 부장검사>
"A회사의 반도체 공장 설계 자료를 이용하여 중국에 A회사의 공장을 본따(본떠) 반도체 공장을 지으려고 시도한 사실을 확인…"
해당 임원은 대만과 중국으로부터 자본을 투자받아 국내 연구진에 거액의 연봉을 제시하는 등 인력을 빼돌리기까지 했습니다.
이와 유사한 사건은 과거에도 있었습니다.
올해 초 삼성전자 자회사의 전 연구원 등 7명이 세계 최초로 개발된 반도체 세정장비 기술을 빼돌렸다가 적발됐습니다.
재작년에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설계도 등 기밀자료를 중국에 팔아넘긴 LG디스플레이 직원이 검거되기도 했습니다.
지난 20년간 적발된 기술 유출 건수는 총 552건에 달하는데, 이로 인한 피해액도 100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국가 핵심기술이 유출된 사례도 최근 들어 급증하는 추세입니다.
잇따르는 기술 유출 범죄에도 처벌은 솜방망이라는 지적은 계속 나옵니다.
2015년부터 6년간 부정경쟁방지법과 산업기술보호법 위반으로 처벌받은 사건은 총 835건.
이 가운데 집행유예가 약 36%로 가장 많았고, 벌금형과 무죄가 그다음을 이었습니다.
징역형은 10%도 되지 않았습니다.
전문가들은 양형 기준이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곽준호/법무법인 청 변호사>
"삼성전자 임직원 같은 경우도 1년 6개월 정도 선고를 받았어요. 이게 초범이면 선처받는 기준이다 보니, 법상 3년 이상의 형을 처벌받는다고 돼 있어도 한 번 감경 받으면 또 1년 6개월이 되잖아요. 기술 안보적인 측면에서 형량이 좀 낮은 편이었다고 봅니다."
실제 처벌할 때 적용되는 양형 기준이 낮다는 겁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양형 기준을 손질하려는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수사기관이 기술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해 혐의를 제대로 입증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구태언/법무법인 린 변호사>
"수사와 변론을 해보면 이 기술이 굉장히 중요한 기술이고 첨단 기술이라고 주장하는데, 그게 사실인지를 확정하기에 참 어려움을 겪습니다. 이런 전문가적 지원 시스템이 없는 현재에는 수사기관이 사실관계 확정에 굉장히 어려움을 겪고요."
극비리에 일어나는 범죄의 특성상 내부 고발자가 나올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곽준호/법무법인 청 변호사>
"포상금 제도를 적극적으로 도입해서 금액을 확대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돈 때문에 일어난 그 범죄자들 간의 결속을 깨뜨리는 것도 돈이거든요."
정부는 침해행위 범위 확대 등을 내용으로 하는 산업기술보호법을 개정할 예정입니다.
연합뉴스TV 문승욱입니다.
#기술유출 #처벌 #반도체
[코너 : 이광빈 기자]
첨단 기술의 해외 유출 방지, 선진국은 일찌감치 이 문제로 골치를 앓아왔습니다. 특히 첨단 기술을 선도해왔던 미국과 일본, 독일 등이 어떻게 대응해왔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미국은 1996년 경제스파이법을 제정했습니다. 외국 기업 및 정부 기관 등이 관여된 상황에서 기술을 유출할 경우 산업스파이죄를 적용한 법인데요. 해외 유출 가능성이 있는 산업 기술과 경제 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연방정부와 의회 차원에서 나선 것입니다. 처벌 조항도 강력합니다. 개인 범죄의 경우 최고 50만 달러의 벌금 또는 15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습니다. 기업이 범행을 주도했을 경우에는 최고 벌금액이 1천만 달러에 달합니다.
미국은 또 국가안보와 직결된 기업이 해외 기업에 인수합병되는 것을 금지해왔습니다. 인수합병을 통해 첨단 기술이 해외로 흘러 들어가는 것을 막으려는 조치인데요. 1988년부터 '종합무역법 5021조'를 통해 이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습니다. 대테러, 생화학무기, 미사일 기술 등 12개 기술과 관련된 기업은 해외 자본에 인수합병 될 수 없습니다.
특히 미국은 2002년에는 '방첩활동강화법'을 제정해 첨단 기술 보호 조치를 강화했습니다. 국가방첩관실을 중심으로 CIAㆍFBI, 국방부, 에너지부 등이 참여하는 중앙집중식 활동 체제를 구축했습니다.
일본은 2003년 '기술 유출 방지 지침' '지적재산 취득관리 지침' 등을 만들어 첨단 기술 유출 방지에 나서왔습니다. 내각정보조사실을 주축으로 기업 및 경제단체가 유기적으로 협력해 산업기밀 보호 활동을 해왔는데요. 2005년에는 '부정경쟁방지법'을 개정해 퇴직자 등을 통한 기술 유출 방지 조치 및 처벌을 강화했습니다.
독일은 대외경제법을 통해 방산업체의 해외 매각 시 핵심 기술 유출을 제한해왔습니다. 독일 연방정부가 허가해야 인수합병이 이뤄지도록 했는데요. 연방정부는 중국 자본의 독일 기업 '사냥'이 광범위하게 이뤄지면서 기술 유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왔습니다. 2016년에만 68개의 독일 기업이 중국 자본에 넘어갈 정도가 되자, 독일 당국은 인수합병에 대한 조사를 강화했습니다.
반도체 강국인 대만은 작년 6월부터 경제·산업 분야 기술 유출도 스파이 행위에 포함했습니다. 법에 저촉되면 5년 이상 12년 이하의 유기징역에 처해집니다.
[이광빈 기자]
세계 각국의 기술 경쟁이 격화하면서 첨단 기술을 빼가려는 산업스파이 범죄도 크게 늘고 있습니다. 지난 10년간 국내 사건 통계를 보면 '주범'은 단연 중국인데요, 최근에는 기술력이 급성장한 중국이 오히려 첨단 기술의 해외 유출을 엄격히 단속하고 있습니다. 윤석이 기자입니다.
[기술 빼가기 '주범' 중국…유출은 엄격 통제 / 윤석이 기자]
[기자]
올해 경찰에 적발된 해외 기술유출 사건이 최근 10년 내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지난 2월부터 10월까지 경찰에 적발된 해외 기술유출 사건은 21건으로, 지난해 12건에 비해서도 배 가까이로 늘었습니다.
유출 국가로는 중국이 14건으로 단연 가장 많았고, 일본과 미국, 베트남 등이 각각 1건이었습니다.
[김시형/특허청 산업재산보호협력국장(지난 1월)]
"그분들이 중국에서 제안된 내용이 국내에서 받는 연봉의 2배 내지 3배 이상 그리고 그 외의 현지에서의 여러 가지 혜택을 보장하는…"
중국은 기술유출 논란을 피해 아예 관련 기업을 인수한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지난해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 1위를 기록한 중국 BYD는 지난 2010년 일본 금형업체 오기하라의 일본 내 공장을 사들였고,
지리자동차 그룹도 미국 볼보 자동차를 인수하며 성장의 발판을 마련한 바 있습니다.
중국의 무서운 기술력 성장에 미국은 지난해 '반도체 지원법'을 제정해 본격적인 견제에 나섰습니다.
[조 바이든/미국 대통령(지난 6월)]
"저는 왜 특정 기술 능력을 중국에 이전하지 않는지(지난해 11월) 시진핑 주석과 논의한 바 있습니다.
중국이 이를 대량살상무기와 정보 개입에 사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특히 세계 각국의 반도체 기술이 중국으로 흘러들지 않도록 관련 제품의 수출은 물론 각종 투자도 통제하고 있습니다.
대만은 14나노 이하 첨단반도체 공정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했고,
일본도 중국에 반도체 장비 수출을 제한하는 등 미국의 통제에 보조를 맞추고 있습니다.
[니시무라 야스토시/일본 경제산업상(지난 3월)]
"특정한 나라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닙니다. 군사 이용의 우려가 있는지 확인을 강화한 뒤 엄격한 수출 관리를 할 것입니다.
이에 대해 중국은 강력 반발하고 있습니다.
[마오닝/중국 외교부 대변인(지난 9월)]
"중국은 경제와 무역, 과학기술 분야에서 국가 안보라는 개념으로 과장하고 남용하는 것에 일관되게 반대해왔습니다. 미국은 국가 권력을 남용해 중국 기업을 부당하게 억압하고…"
최근에는 중국의 기술력이 급성장하면서 도리어 중국 내 첨단 기술의 유출을 통제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중국은 이미 지난 2017년부터 '사이버 안전법'을 통해 중국 내 IT 기업의 데이터를 통제하고 있습니다.
지난 3월에는 과학 총괄기구인 '중앙과학기술위원회'를 신설했습니다.
새 과학총괄기구의 운영이 여전히 베일에 싸인 가운데 중국이 첨단기술 유출 주범국이라는 오명을 씻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연합뉴스TV 윤석이입니다.
#첨단기술 #중국_반도체 #기술유출 #사이버안전법
[클로징: 이광빈 기자]
"중국의 반도체 추격은 예전과 다르며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다." 중국의 '반도체 공정'에 대한 국내 전문가들의 경고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양국 간의 기술력 차이가 점점 줄어들면서 경고음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중국이 자체적으로 기술 개발을 한 탓도 크겠지만, 앞서 보셨듯이 우리 기업의 기술이 중국으로 흘러간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는 분석이 제기돼왔습니다. 경계할 적이 우리 내부에도 있었던 것입니다. 여기에는 외국에 비해 약한 처벌 규정도 한 몫 했다는 지적이 따랐습니다. 사법부의 엄중한 처벌을 바라는 목소리가 강해지는 이유입니다.
첨단 기술을 둘러싼 전 세계적인 패권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입니다. 그만큼 핵심 기술 인재들에게 뻗치는 유혹의 손길은 더 잦아질 텐데요. 이들의 처우도 개선해야 하고, 정부와 기업 간 정보보호망 구축도 더 면밀히 이뤄지도록 점검해야 할 때입니다.
이번 주 뉴스프리즘은 여기까지입니다. 시청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기술유출 #기술복제 #산업보호
PD 김효섭
AD 김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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