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풍향계] '보름달 같은 큰 정치' 어디로…정쟁으로 되돌아간 여의도
추석 연휴 잘 보내셨나요?
'보름달처럼 꽉 찬 정치를 하겠다', '민생을 위해 더 노력하겠다'는 정치권의 명절 인사도 기억하시는지요?
그런데 명절을 쇠고 다시 문을 연 국회 첫날을 보니, 이 추석 인사가 '빈말'은 아니었는지 의심스럽습니다.
여야 지도부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보름달처럼 통 크고 더 나은 정치를 선보이겠다고 한목소리로 다짐했었습니다.
<한동훈 / 국민의힘 대표(추석 영상 메시지)> "한가위 보름달처럼 꽉 찬 연휴를 보내시는 동료 시민들이 더 많아질 수 있도록…."
<이재명 / 더불어민주당 대표(추석 영상 메시지)> "더 나은 내일을 꿈꿀 수 있는 다시 뛰는 대한민국의 문을 활짝 열어가겠습니다."
하지만 이 명절 인사의 유효기간은 채 며칠도 가지 못한 모습입니다.
연휴 마지막 날 여야는 서로 상반된 추석 민심 평가를 내놓으며 대립각을 세웠습니다.
<김민석 /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지난 18일)> "현재는 국민의 분노가 임계점에 달해 심리적 정권교체가 시작된 초입 국면입니다."
<한지아 /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지난 18일)> "추석 연휴 마지막 날, 민주당 최고위원이 심리적 정권교체를 운운하며 또다시 정쟁에 시동을 겁니다."
팽팽한 신경전은 연휴가 끝나자마자 열린 국회 본회의장으로 이어졌습니다.
'해병대원 특검법'과 '김 여사 특검법', '지역화폐법 개정안' 등 3개 쟁점 법안들이 야당 주도로 줄줄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겁니다.
<배준영 /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 (지난 19일)> "정말 너무들 하십니다. 22대 국회 네 달간 야당의 특검 법안은 벌써 13건입니다."
<박성준 /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 (지난 19일)> "민주당이 견제와 감시의 기능으로서 역할 하는 것 중의 하나가 뭐냐면 이 세 가지 법안으로 기준을 세우고…."
그런데 이들 법안에 모두 반대한 국민의힘 좌석은 텅 비어있습니다.
여당은 애초 무제한 토론, '필리버스터'를 하려 했지만, 그 계획을 접은 겁니다.
<추경호 / 국민의힘 원내대표(지난 19일)> "강력한 항의의 뜻으로 보이콧을 택한 것입니다. 대통령께서 재의요구권 행사를 해 주실 것을 강력히 건의드립니다."
하지만 쌍특검법을 반대하는 과정이 당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이번에도 재의요구권 행사를 공개 요청한 여당을 향해 야당은 또다시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박찬대 /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지난 20일)> "죄를 지었으니까 특검을 반대하는 것이라고 했던 윤석열 대통령이 이번에도 특검법을 거부한다면 대통령이 죄를 지었다는 자백이 될 것입니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유력시되는 가운데 다음 라운드는 국회로 되돌아오는 법안 재표결이 될 전망입니다.
다음 본회의는 오는 26일로 잡혀 있는데요.
그 이전에 재의요구권이 행사된다면 26일 본회의가 유력한 재표결 날짜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재표결 시점이 더 밀릴 전망입니다.
국민의힘은 '단일대오' 유지에 공을 들이고 있고, 민주당은 여당의 이탈표에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분위기로는 3개 쟁점 법안 모두 부결 이후 폐기 수순을 밟을 거란 관측이 더 높아 보입니다.
이처럼 거대 야당이 의석수를 앞세워 쟁점 법안을 강행 처리하고, 여당이 필리버스터 또는 거부권 건의로 맞서는 모습은 연휴 전이나 후나 쳇바퀴처럼 반복되고 있습니다.
그 '정쟁의 쳇바퀴'는 시간이 갈수록 거칠게 굴러가고, 정치의 언어에도 날 선 감정이 듬뿍 배어난 모습입니다.
필리버스터 빈도는 잦아지고 그 주기는 점점 짧아지고, 반대 토론 최장 신기록만 세워지고 있는데요.
보름달처럼 둥글고 환한 정치, 말로만이 아닌 행동으로 봤으면 합니다.
지금까지 여의도풍향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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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 임혜정
AD 최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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